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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해조 문화칼럼] 김형석 교수의 백세일기(百歲日記)를 읽고
권해조 칼럼니스트   |   2020-04-25
▲ 권해조 예비역장성, 한국국방외교협회 고문    

김형석 교수의 百歲日記를 읽고

지난 4월 13일 김영사에서 발간된 연세대 명예교수인 철학자요 수필가인 김형석(金亨錫) 교수의 백세일기(百歲日記)를 읽었다. 자자는 1920년 평안북도 운산에서 태어나 올해 만 100세이다. 유년시절을 평안남도 대동군 송산리에서 자랐으며 일본 조치(上智) 대학 철학과를 졸업했다.

해방 후 1947년 월남하여 7년간 서울 중앙고교 교사로 근무하고 1954년부터 31년간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봉직하면서 한국 철학계의 기초를 다지고 후학을 양성했다. 1985년 퇴직 후에도 줄곧 강연과 저술 활동을 통해 사회에 봉사하고 있다.

 

 

  그는 <철학개론>, <윤리학>, <역사철학> 같은 여러 철학서적을 포함하여,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 <어떻게 믿을 것인가> 등 기독교 신앙에 대한 성찰의 서적과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하여>, <백 년을 살아보니> 등 서정적인 문체에 철학적 사색이 깃든 에세이집을 펴냈다.

 

그리고 작년에 백수를 앞두고 <남아있는 시간을 위하여>를 발간하였다. 특히 첫 수필집인 <고독이라는 병>은 수필문학의 명작으로 평가를 받았으며, 이어 출판한 <영원과 사랑의 대화>는 당시 최고 베스트셀러로 60만 부가 판매되어, 혼란스러운 시대 고뇌와 고독에 싸인 젊은이들에게 ‘인생의 등대’가 되기도 했다.

 

▲<백세 일기> 표지    ©경기데일리

 

  <백세 일기>는 2018년 3월부터 2020 3월까지 2년간 <조선일보>에 연재한 ‘김형석 100세 일기’ 글들을 추려 엮은 것으로 김 교수가 매일 잠들기 전에 써 내려간 충만한 삶의 순간들이다.

매일 밤 작년과 재작년의 일기를 읽고 오늘의 일기를 쓰는 노 교수의 성실한 삶의 자취, 날이 갈수록 짙어가는 고마움과 사랑, 그리움, 어제보다 더 새로운 내일을 기대하는 간절한 마음의 고백이다.

 

  이 책은 231면에 머리말과 본문 4부(주제) 69개 항목, 맺음말로 구성되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30세 까지는 가정의 보호와 학교교육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나 자신의 인격과 자아를 형성하고 싶었고, 40세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내 삶의 의미와 사회적 가치를 지키면서 연장하고 싶었다.

 

그리고 자유로운 지성인으로 일관하려는 신념을 지키며 교수다운 교수로 살기를 원했으며, 그러기 위해서 나 자신을 스스로 살피며 반성하기 위해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으며 일기를 쓰면 좀 더 새로운 내일을 기대하게 된다고 언급하였다.

 

 본문의 제1부는 ‘한번 멋지게 살아보는 건 어떨까(특별한 일상)’주제로 18개 항목이다. 60세에 수영을 시작하였고, 작년에도 165회의 강연을 했다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나는 아직 골동품이 아니다. 보청기도 지팡이도 없이 많은 강연과 책을 쓰면서 바쁘게 살고 있는 98세처럼 살자 등이다.

 

제2부는 ‘석양이 찾아들 때 가장 아름답다(격랑의 지난 과거)’ 주제로 16개 항목이다. 아내의 사랑, 꿈에서야 찾아간 고향,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두 스승과 두 친구 등이다.

 

제3부는 ‘사랑은 언제나 아름다운 마음으로 남는다(지혜가 깃든 삶의 철학) 주제로 17개 항목이다.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인가, 피보다 진한 사랑, 인생의 3단계, 100번째 새해를 맞는 마음, 사랑은 3단계로 익어간다, 100세 나의 비결 등이다.

 

제4부는 ‘더불어 산 것은 행복을 남겼다(고맙고 그리운 사람)’ 주제로 18개 항목이다. 고마운 사람들과 아름다운 세상, 말없이 건넨 선물, 오래 살기를 잘했다. 늦게 철드는 사람이 행복하다 등이다.

 

 맺음말에서 우리 사회를 불행과 고통으로 끌어드린 문제의 핵심은 아주 평범한 ‘공동체의식’을 상실했거나 포기한데 있으며, 더불어 살줄 모르는 사회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즉 대화의 필요성과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이 투쟁에서 승리자가 되면 성공했다고 자부하는 사고방식이다.

 

최근에는 세대 간의 갈등과 합세하는 현상으로 청년의 ‘지성을 갖춘 용기’, 장년의 ‘가치관 있는 신념’, 노년의 ‘경험에서 얻은 지혜’의 3세대가 공존할 때 우리는 행복해지며 사회는 안정된 성장을 누릴 수 있다고 했다.

 

이 책이 노년 독자들에게 선물이 되고 청장년 독자들에게는 우리도 100세가 될 때까지 행복하고 보람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가 되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그리고 책에서 도산 안창호와 인촌 김성수 두 분의 스승과 안병욱과 김태길 두 분의 절친한 친구를 언급했다. 또한 북녘 고향 친구인 고(故) 안병욱 교수와 양구 파라호 부근에 <김형석. 안병욱 철학의 집>을 세웠고, 근처 용머리공원 좌측에 <안병욱. 김형석 묘소>까지 마련해 두었다며, ‘여기 조국과 겨레를 위해 정성을 바친 두 친구가 잠들어 있다. 그들의 세대는 사라지고 있으나 그 마음은 길이 남을 지어다’란 침묵의 묘비를 생각하기도 했다.

 

 저자는 본문에서 “인생은 과거를 기념하기 위한 골동품이 아니다.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 항상 새로운 출발이어야 한다." 또한 “내 나이 100세, 감회가 가슴에서 피어오른다. 산과 자연은 태양이 떠오를 때와 서산으로 넘어갈 때 가장 아름답다. 인생도 그런 것 같다. 100세에 내 삶의 석양이 찾아들 때가 왔다. 아침보다 더 장엄한 빛을 발하는 태양을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했다.

 

 이 책은 올해로 만 100세를 맞는 한 철학교수의 온몸으로 겪어온 역사와 소박하고 성실한 일상, 삶의 철학이 담긴 잔잔한 기록들이며, 한 세기의 무게가 담긴 단단하고 빛나는 삶의 증표(證標)로 많은 감동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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