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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 방랑詩 -나그네 가는 길에 詩가 있어] (3) 贈還甲宴老人(증환갑연노인)
환갑잔치를 맞는 가련 노모에게 보내는 시
이상호 칼럼니스트   |   2023-11-26
▲이상호 칼럼니스트, 소소감리더십연구소 소장,

김삿갓이 기생 가련(可憐) 모녀의 집에 머문 지가 한참 되었나 보다. 그러나 아직 가련을 향한 자신의 연정이 성공을 이루지 못한 것 같다. 그래도 김삿갓의 마음에 꽂힌 가련을 향한 마음은 변함이 없다. 김삿갓의 마음엔 오로지 가련을 사랑할 생각뿐인 것 같다. 그런 김삿갓은 기련을 향한 계속된 구애를 보내고 있다. 

 

마침 잘 되었다. 기회가 왔다. 가련 어머니의 환갑이 다가왔다. 김삿갓은 전방위적으로 가련을 향해 정성을 들이고 있다. 한참을 묶고 있으니 밥값을 하여야 하겠지만 그 밥값이란 것이 풍류를 통해 가련의 마음을 얻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으랴.

 

여인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여자 어머니(장모)의 마음을 얻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요즈음도 남자가 여자에게 구애할 때 장모 될 사람의 마음을 얻으면 구애는 거의 성공할 수 있다. 옛날도 마찬가지이리라. 더군다나 어머니와 딸, 단둘이 사는 가련 모녀의 경우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김삿갓이 그 기회를 놓칠 리가 없다. 

 

▲ 김삿갓 동상과 시     

 

마침 가련 어머니의 환갑날이었다. 그런 것을 보면 가련 또한 나이가 들었을 것이다. 김삿갓은 가련 어머니의 환갑을 축하하므로 가련의 마음을 완전히 붙잡고자 하였다. 하여 시를 한 수 지어 올렸다. 

 

可憐江浦望(가련강포망)-아름답구나, 강의 포구를 바라보니

明沙十里連(명사십리련)-고운 모래가 십리를 이어 깔려 있구나

令人箇箇拾(영인개개습)-사람에게 그 모래알 하나하나 줍게 하여 

共數父母年(공수부모년)-그 수효와 같이 그대 부모의 연세 세어라

 

위의 시에서 可憐(가련)은 가련하다. 불쌍하다의 뜻도 있지만 아름답다, 사랑스럽다는 뜻이 더 어울린다. 李伯(이백)의 시 淸平調詞(청평조사) 제2수에서 “一枝紅艶露凝香 雲雨巫山枉斷腸 借問漢宮誰得似, 可憐飛燕倚新妝(일기홍염로응향, 운우무산왕단장, 차문한궁수득사, 가련비연의신장/ 한 송이 농염한 붉은 꽃 이슬엔 향기 머금어, 운우(구름과 비)되는 무산의 신녀도 애간장 태우는데, 묻노라, 한나라 궁궐에 비길 사람이 누구인가? 아름다운 조비연이 새 단장을 하면 혹시 모를까)” 라고 한 것에서도 가련(可憐)은 아름답다는 의미로 쓰였다.

 

 明沙(명사)는 고운 모래가 펼쳐진 것을 말하며, 連(련)은 잇달아 이어진 모양을 말한다. 그러니 明沙十里連(명사십리련)은 고운 모래가 십리나 이어져 깔려 있음이다. 수많은 모래라는 의미가 된다. 箇箇拾(개개습)은 하나하나 줍는다는 것이다. 父母年(부모연)은 부모의 연세를 말한다. 年(연)은 연세의 줄임말이다. 

 

이 시는 가련 모친의 천세 장수를 축원하는 시이다. 명사십리에 늘어진 모래알을 하나하나 주우면 얼마나 많을까? 아마 수천, 수만 개, 아니 수십만 개, 어쩌면 셀 수가 없을 것이다. 共數父母年(공수부모년), 그 수효만큼 그대 부모의 연세를 세어라는 것이니 가련의 노모가 오래도록 살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무병장수를 축원해 준 것이다. 어머니에 대한 지극한 정을 가진 가련에게 이보다 더 좋은 축원이 어디 있을까? 

 

이 시의 기구(起句)인 “可憐江浦望(가련강포망)-아름답구나, 강의 포구를 바라보니”를 보면 가련의 집은 강의 포구를 바라보는 언덕에 있었던 모양이다. 강의 포구를 바라보니 명사십리가 펼쳐져 있었을 것이고 그 풍경을 본 김삿갓은 그 명사십리의 많은 모래만큼 많은 세월을 가련 노모가 살기를 바라는 시를 썼다. 풍경이 참으로 낭만적이었을 것 같다. 스산한 겨울바람은 사람의 마음을 흔들기에 안성맞춤이다. 

 

가련은 김삿갓의 이 시가 참으로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어머니 환갑잔치가 끝나고 모든 것을 치운 가련은 수틀을 놓고 수를 놓았다. 김삿갓이 써 준 어머니의 장수를 기원하는 위의 시였다. 가련은 이 시를 수놓아 오래도록 간직하였다고 전한다. 

 

가련은 비록 기녀(妓女)지만 풍류를 아는 기생이었다. 이 시는 김삿갓과 가련을 이어주는 가교의 역할을 하였다. 가련은 김삿갓에게 마음을 열었고 김삿갓은 비로소 가련의 마음을 얻었다. 둘은 서로 사랑하게 되었다. 가련을 향한 김삿갓의 구애는 전방위적으로 작용하여 성공을 이룬다. 방랑객 김삿갓의 풍류가 저절로 느껴진다. 

 

 지금도 사랑하는 사람의 사랑을 얻으려면 그 어머니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이를 위해 공을 들여야 한다. 아내의 사랑을 얻으려면 장모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장모를 향한 온유한 풍류와 친절한 정성은 오늘날도 분명 아내의 마음을 얻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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