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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여행기] (7)톨레도(맨시아 와인. 흑소, 산타 루시아 전망대)여 아듀~
김성윤 주필   |   2023-11-15
▲ 김성윤 주필, 단국대 전 법정대학장, 정치학 박사     

시가랄 몬테 레이 톨레도(CIGARRAL MONTE - REY TOLREDO) 레스토랑은 타구스강 버스 정류장으로부터 약 10분 정도 떨어진 언덕 위에 있었다. 우리는 이곳에 12시 40분에 도착했다. 그곳엔 우리보다 먼저 온 한국의 가톨릭 신자로 보이는 성지순례를 하시는 분들이 한참 오찬을 하고 있었다.

식사는 비후까스다. 어른 손바닥 크기의 비후까스 두 쪽과 야채 그리고 이 고장의 특산품 멘시아 톨레도 레드와인이었다. 처음 비후까스를 시음해 본 일행 중 누군가가 무슨 고기냐고 물었다. 닭고기 아니면 돼지고기 그것도 아니면 쇠고기? 나는 식당 종업원에게 무슨 고기로 요리했느냐고 물었더니 쇠고기라고 했다.

 

스페인의 톨레도 검은소로 만든 비후까스는 이곳의 대표적인 요리 중 하나다. 톨레도 소는 스페인 중부 톨레도 지역에서 사육되어 육질이 부드럽고 지방 함량이 높아 비후까스에 적합한 품종임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 시가랄 몬테 레이 톨레도(CIGARRAL MONTE - REY TOLREDO) 레스토랑     © 경기데일리

 

톨레도 소고기로 만든 비후까스는 일반적으로 얇게 썬 소고기를 빵가루에 튀겨서 만든다. 고기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헤레스(Jerez)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으로 (영어로는 셰리:Sherry 주, 스페인어로는 헤레스:Jerez) 주로 1차 숙성시킨다. 헤레스(Jerez) 주에 재워두면 더욱 부드럽고 풍미가 좋아지기 때문이다. 그 후 요리를 한 비후까스는 일반적으로 레몬즙이나 타바스코소스를 곁들여 먹는다.

 

참고로 타바스코소스는 타바스코 고추, 식초, 소금으로 만들어진다. 타바스코 고추는 멕시코 남부 타바스코주에서 재배되는 고추로, 매운맛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식초는 타바스코 고추의 매운맛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소금은 타바스코소스의 감칠맛을 더해준다. 이 세 가지를 섞어 만든 소스가 타바스코소스다. 타바스코소스를 곁들여 먹는 비후까스는 오전 투어로 약간 사장 끼가 있어서 그런지 아주 맛있었다.

 

요리 재료가 궁금해서 알아본 결과 원천자료인 소는 불이 두 개에 눈이 크고 사나운 검은소에서 나온 고기였다.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이베리아 산 돼지고기처럼 이베리아 산 검은 소고기였다. 매우 연하고 부드러우며 맛이 아주 담백했다. 이 고장의 특산물 중의 하나란다.

 

더욱이 마시는 물 하나하나까지 정성을 다해 내놓았다. 지금까지 수많은 도시와 나라를 여행했지만 무료로 내놓은 물을 파란 고급스러운 병에 넣어 내놓는 곳은 이 곳이 처음이다. 대접받는 기분이고 왠지 음식이 맛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음식 한 가지 한 가지에 대해서 궁금하고 흥미롭게 만들었다.

 

▲ 시가랄 몬테 레이 톨레도(CIGARRAL MONTE - REY TOLREDO) 레스토랑에서 제공한 솔란(Solan)이라는 물     © 경기데일리

 

우리가 식사와 함께 마신 와인은 멘시아 델 톨레도다. 멘시아는 스페인 중부 카스티야-라 만차 지방의 톨레도 지역에서 생산되는 레드 와인이다. 멘시아 품종으로만 만들어지며, 짙은 루비색을 띠고, 강렬한 타닌과 산미(신맛)가 특징이다. 여기서 말하는 타닌은 바로 떫은맛이다. 이 와인은 오크통 숙성을 통해 복합적이고 풍부한 풍미를 갖춘 맛으로 변해서 우리에게 다가온 것이다.

 

톨레도의 대표적인 와인 멘시아는 16세기부터 생산되어 왔다. 멘시아 품종은 톨레도 지역의 토양과 기후에 잘 적응하여, 이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독특한 와인이다. 멘시아는 스페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와인 중 하나이며, 세계적으로도 그 명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나는 이번 여행 중에 처음 마셔 보지만 과일에서 느껴지는 새콤한 신맛이 적당한 알코올을 품어 대낮인데도 술맛을 당겼다. 하지만 나는 여행 중에는 술을 잘 안 마신다. 아니 마시고 싶어도 참는다. 그 이유는 나와 다른 문화 나와 다른 사람들의 사는 모습과 산천을 더 많이 간직하고 싶어서다. 우리는 오찬을 끝내고 전망대로 갔다.

 

▲ 톨레도 산타 루시아 전망대, 도시, 강 그리고 언덕과 고성     © 박익희 기자

 

톨레도에는 여러 전망대가 있다. 그중에서 우리는 산타 루시아 전망대로 갔다. 우리가 식사했던 레스토랑에서 13분쯤 버스를 타고 언덕 쪽으로 올라가면 도로 왼쪽에 있다. 1시 31분에 오찬을 마치고 버스로 1시 54분에 이 전망대에 도착했다. 전망대 주변에는 상점이나 편의 시설이 없는 간이 전망대다. 하지만 톨레도 시내와 타호 강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한적한 곳이다.

 

이날도 이곳에 온 사람은 우리와 2쌍의 연인뿐이었다. 이곳에서 시내를 내려다보면서 마치 독일의 하이델베르크 옛 성에서 바라보는 하이델베르크 구시가지와 철학의 거리를 굽이쳐 흐르는 네카(Neckar)강이 어우러진 모습과 유사한 경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서 있는 산타 루시아 전망대는 일출과 일몰 시간대에 특히 아름답다고 한다. 일출을 보려면 오전 7시 이전에, 일몰을 보려면 오후 8시 이후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우리는 오찬 후 이곳으로 1시 54분에 와서 기념사진을 서둘러 찍고 2시 7분에 버스를 타야 했기에 겨우 13분 머물러 있었다. 그 때문에 그 아름다움과 아쉬움을 릴케의 시로 대신해 보고자 한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1912년 12월 28일부터 1913년 1월 20일까지 스페인 톨레도를 방문하여 23일간 머물렀다고 한다. 하지만 이 마저도 문헌으로 확인한 것이 아니라 AI가 제공한 데이터다. 이 기간에 그녀는 톨레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역사에 매료되어, 톨레도를 배경으로 한 여러 편의 시를 썼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톨레도에 관한 시는 『톨레도의 추억』이다. 그가 톨레도를 떠나면서 쓴 시인데 어쩜 우리의 생각과 그리도 같을 수 있을까 싶다.

 

톨레도의 추억

-라이너 마리아 릴케-

 

톨레도, 톨레도,/너는 내 마음속에/영원히 남을 것이다.

네 돌의 울림과,/네 강의 흐름과,/네 하늘의 빛이,

내 영혼에 새겨져 있다.

 

나는 네 성벽 사이를 걸으며,/네 역사를 느꼈다.

무슬림과 기독교인,/유대인이 함께 살아온,/오랜 세월의 흔적을.

 

나는 네 거리를 거닐며,/네 사람들을 만났다.

삶의 기쁨과 고통을,/사랑과 증오를,/함께 나누는,

 

따뜻한 사람들을./톨레도, 톨레도, 너는 내 마음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이 시는 릴케가 톨레도를 떠나면서 느낀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시의 첫 부분에서 시인은 톨레도가 자신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노래했다. 이 말은 톨레도가 릴케에게 매우 특별한 곳임을 의미한다. 그 점은 110년 전의 릴케나 지금 이곳에 있는 우리나 다를 바 없다.

 

시의 두 번째 부분에서 시인은 톨레도의 돌, 강, 하늘을 통해 톨레도의 역사를 느꼈다고 노래한다. 이 말은 톨레도가 오랜 역사와 문화를 가진 도시임을 의미하는데 우리는 겨우 오전 4시간 동안 이곳을 서둘러 다니면서 눈과 감각 체험할 수 있었다.

 

시의 세 번째 부분에서 시인은 톨레도의 거리와 사람들을 통해 톨레도의 삶을 느꼈다고 말한다. 이 말은 톨레도가 살아있는 도시임을 의미하는데 1,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활기가 넘치고 역사와 아름다움에 취하기는 마찬가지다.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시인은 톨레도가 자신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다시 한번 노래한다. 우리 역시 톨레도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을 소중히 간직할 것이다. 110년이라는 세월의 간극(間隙)을 뛰어넘어 시인 릴케의 감정과 우리의 감정이 하나를 이루는 순간이다.

 

이 밖에도 톨레도는 소설 돈키호테의 출발점을 알리는 도시다. 『돈키호테』라는 소설에서 돈키호테와 산초는 여러 번 톨레도를 방문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대화는 돈키호테와 산초가 세르반테스 언덕(어쩜 우리가 서 있는 언덕일지도 모른다.)에 올라 톨레도 시내와 타호강을 감상하는 장면에서 나온다. 그 한 대목을 소개해 보겠다.

 

『돈키호테: 산초, 이곳은 정말 아름다운 곳이구나. 저 멀리 보이는 톨레도 시내가 정말 장관이네.

산초: 네, 그렇습니다. 돈키호테 님. 저 멀리 보이는 타호강도 정말 아름답습니다.

돈키호테: 이곳은 기사들이 활약하기에 정말 좋은 곳이겠구나. 저 멀리 보이는 성채에서 악한 기사들을 물리치고, 저 멀리 보이는 마을에서 사람들을 구할 수 있을 것 같구나.

산초: 네, 그렇습니다. 돈키호테 님.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돈키호테: 산초, 우리 이제 이곳에서부터 모험을 시작해 보자.

산초: 네, 알겠습니다. 돈키호테 님』.

 

이 대화는 돈키호테의 이상주의와 산초의 현실주의가 잘 드러난다. 돈키호테는 톨레도를 기사들의 성지로 여기며, 이곳에서부터 모험을 시작하겠다고 결심한다. 이는 돈키호테의 이상주의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면, 산초는 돈키호테를 따라 이곳에서부터 모험을 시작하겠다고 약속한다. 이는 산초의 현실주의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 이 언덕에서 청춘 남녀는 사랑을 속삭이고 미래를 약속한다. 『돈키호테』는 저 멀리 보이는 성채에 있는 악한 기사들을 물리치고, 저 멀리 보이는 마을에서 사람들을 구할 꿈을 꾸었다.     © 경기데일리

 

또한 이 대화는 『돈키호테』라는 소설의 주제를 잘 보여주는 대화이기도 하다. 『돈키호테』는 이상주의와 현실주의의 갈등을 통해 인간의 본성에 대한 탐구를 시도하는 작품이다. 이 대화는 바로 이러한 갈등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역사적인 도시요, 문화와 지식이 넘쳐나는 도시를 떠나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타고 왔던 버스에 올라 톨레도에서 꼬드로바로 A42 번 고속도로를 달렸다.

 

이 고속도로는 총길이 189km이며, 4차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톨레도에서 꼬드로바까지의 소요 시간은 약 2시간 55분 정도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끝없는 올리브 과수원을 보면서 스페인의 땅에 관한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을 하였다. 자유로운 토론을 거쳐서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끌어내고자 주제는 스페인의 농업에 관한 것이었다.

 

▲ 고속도로는 평야 지대와 나지막한 산에는 올리브유 과수원이 끝없이 이어졌다.     © 경기데일리

 

스페인의 국토 면적은 약 50만6,000km²로, 대한민국(남한)이 10만210km²이니까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5배가 약간 넘는다. 그 중 약 52%가 농경지, 30%가 임야, 18%가 기타 용도로 이용되고 있다. 농경지는 스페인 국토 이용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스페인은 지중해성 기후와 온화한 기온으로 인해 농업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주요 작물로는 밀, 옥수수, 올리브, 포도, 과일 등이다.

 

임야는 스페인 국토의 약 30%를 차지한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전체 국토의 약 67.7%가 임야다. 이 점이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다. 스페인 임야의 주요 수종은 소나무, 잣나무, 참나무 등이다. 기타 용도에는 주거, 산업, 상업, 교통, 공공용지 등이다. 스페인의 인구는 약 4,700만 명으로,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은 주로 해안가에 자리 잡고 있다. 주요 산업은 관광, 제조업, 건설업 등이라는 설명을 로(노)베르토로부터 듣고 어느 정도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 엘라도휴게소의 판매대     © 경기데일리

 

고속도로를 1시간쯤 달리다 『고야의 유령들』이라는 명화를 감상했다. 고속도로는 평야와 산지지의 올리브유 과수원을 끝없이 가로지르며 엘라도라는 휴게소까지 왔다. 나는 이곳 엘라도휴게소에서 천안농협인지 아니면 관광회사가 사준 것인지 아이스크림이 제공되어 먹었다. 일부는 커피나 생과일주스를 먹는 분도 있었다. 엘라도휴게소는 식당, 상점, 주유소와 화장실이 있긴 하나 우리나라의 고속도로 휴게소에 비하면 간이 휴게소나 마찬가지다. 그 만큼 보잘 것이 없고 먹는 음식도 아주 열악했다. 이곳에서 20분 휴식 후 4시 20분 다시 1,000년 전의 유적이 숨 쉬고 있는 도시 꼬드로바를 가기 위하여 버스에 올랐다. 우리 버스는 5시경에 꼬드로바라는 도시에 도착했다. 만찬은 5시반경에 미라돌(Mirador)레스토랑에서 현지 식으로 했는데 감자와 대구튀김이 나왔으나 맛은 별로였다.

 

▲ 1,000년 전의 유적이 숨 쉬고 있는 도시 꼬드로바에 있는 로마시대의 다리와 메스키타 사원     © 경기데일리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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